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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동기 별세

 

2016년11월25일 00 시

 

 

 

 

 

 

 

조사

 

친구여- - -. 잘 가시게.

마지막 가는 길에 친구의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나의 마음이 몹시 허탈하고 슬프기 그지없네.

 

독일 가서 3년만 열심히 일해서 고국으로 돌아가 잘 살아보자고 1970년 6월에 독일행 비행기를 함께 타고 독일 땅에 발을 내 딛고 Castrop-Rauxel 도착하여 3년이 지나고 몇 년 만 더 생각한 세월이 금년 6월로 46년이 되었네.

 

6년 전 몇몇 동기들이 만났을 때 자네가 한 말이 지금도 내 귀에 맴돌고 있네.

 

“왜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가? 3년이 지나고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의 터전을 닦으며 낮이나 밤이나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세월 속에 지금, 내 나라 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왜 내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보지만 명쾌한 대답 없이 현재 살고 있는 곳, 남의 나라가 내 나라가 되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내 고향이 되었으며, 이제 희미한 앞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으니 여러분이 얼마나 변하였으며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냈는지, 만남이 덤덤하더라도 일 년에 한 번씩이라도 만나보자.” 하며 우리의 만남을 적극 추진하던 자네가 먼저 갈 것이라고 내 어찌 생각이나 했겠나.

 

지난여름 다섯 번째 동기모임을 마치고 내년에 또 만나자고 약속을 했건만 친구는 어이하여 말이 없는가. 함께 여행하며 아픔을 참으며 아픔을 내색하지 아니하고 웃음으로 함께 했던 친구의 속마음을 몰랐던 나, 그리고 우리 동기들이 한 없이 부끄럽네. 따스한 말 한 마디 못하고 자네의 아픔에 무관심 했던 우리가 야속하기 짝이 없네.

 

40년이 흐른 다음 첫 동기모임에서 친구의 살아온 어려운 고비의 삶을 이겨낸 이야기에 우리 모두 밤이 새는 줄도 몰랐었지. 친구는 훌륭한 삶을 살았소. 그대는 가도 그대의 삶의 빛은 가족과 함께 영원할 것이요.

 

병원에 입원했을 때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자네는 “별것이 아니여” 하며 퇴원하면 한 잔 하자던 친구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친구의 말이 사실인양 믿으며 퇴원하면 한 잔 해야지 무심코 기다린 내가 친구의 가는 길에 무엇으로 등불을 밝힐 수 있을까 안타까울 뿐이네.

 

이제 친구가 없는 우리 동기모임은 친구의 빈자리가 허전 하겠지만 어찌 자네의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자식들의 슬픔에 비하겠는가? 젊은 나이에 고향을 떠나 46년의 독일 생활을 꿋꿋이 이겨낸 것처럼 자네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현과 샘은 자네처럼 잘 풍파를 헤쳐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아니하니 염려 하지 말고 평안히 가시게.

 

친구여- - -. 평안히 잘 가시게.

 

2016년12월1일

 

1970년6월 동기 신 광 현